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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 > 현대로맨스  /  전체 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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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러스 그 후
  • 1권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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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최은영 님의 중편 로맨스.
"수수께끼 풀기", "플러스" 의 최종완결편 입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이준과 지연, 그리고 그 뒤 남겨진 이야기들.

<작가소개>
최은영
종이책 출간작 -수수께기풀기, 플러스, 오래된 거짓말, 늑대날다

<작품소개>
전자책 독자님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로,
"수수께끼 풀기" - "플러스 1,2" - "플러스 그 후" 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최종완결편입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이준과 지연, 그리고 그 뒤 남겨진 이야기들.

우리 이대로 행복해도 될까?
그래도 될까?
가슴 속에 선혈을 품고 숨어있는 잔인한 상처를 껴안는다.
"우리 이제 사람처럼 살자.”

-본문 중에서
현관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서자 먼저 지석을 반긴 것은 코끝을 자극하는 찌개 냄새였다. 냄새를 맡자마자 오랫동안 술에 찌든 위장이 급하게 요동을 쳤다.
반가움에 성급하게 신발을 벗어 던졌다. 현관문에 튕겨 제멋대로 날아간 신발 따윈 잊고 지석은 큰 소리로 누나를 불렀다.
“누나?”
반가움에 큰 소리로 부르며 주방으로 걸어가려 했다.
“누나 왔어?”
조금 생기가 돌아왔을까? 까칠하니 말라가던 몸에 봄 내음을 맡고 꽃이 피어나듯 기운이 좀 생겼을까?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빨리 얼굴을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누…….”
빠른 리듬으로 거실을 가로질러가던 지석은 오랫동안 늘 두 사람밖에 없던 집 안에 설핏 사람의 그림자가 있음을 알고 몸을 긴장시키며 멈춰 섰다.
“여어…….”
마치 오전에 나갔다 퇴근한 사람처럼 익숙하고 한껏 게으른 자세로 소파에 앉은 이준이 한 손을 들어 올리며 가볍게 인사를 했다.
마치…… 그때처럼.
이사 온 첫날 이 집 안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하숙생쯤이라 해두자고 하던, 그 자신만만하던 여유롭고 나태하던 모습 그대로 이준은 앉아 있었다.
순간적으로 지석의 혈압이 솟구쳤다.
“어? 늦었네.”
막 주방에서 걸어 나오는 지연의 물오른 물푸레나무처럼 생기가 퍼진 얼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꽤 오랜만에 여행에서 돌아온 지연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저 개.자.식.을 달고 나타났다.
“누구……십니까?”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허리를 쭈욱 편 지석이 삐딱한 어투로 이준을 향해 이죽거렸다. 안간힘을 다해 감정을 다스리려 꽉 쥔 주먹이 파르르 떨린다.
이준의 얼굴을 본 순간 지석의 표정은 여러 가지로 변했다.
먼저 찾아온 감정은 불쾌감이었다. 누나를 외면했을 때는 언제고 저렇듯 자연스럽게, 늘 그렇듯 한껏 게으른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에서 느껴진 것은 불쾌감이었다.
그 다음에 찾아온 것은 오래 전에 부러 무시하고 덮어두었다고 생각한, 부서진 믿음에 대한 상처의 아픔이었다. 그리고 불같이 치밀어 오른 분노였다. 어이없게도 그 분노는 지연과 이준을 향해 동시에 불타올랐다.
낯선 타인을 대하는 예의를 가장했지만, 지석의 눈동자는 뜨거운 불길로 일렁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누나.”
지연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여전히 이준의 태연자약한 눈빛과 시선을 맞춘 채 지석은 이를 악물고 한 자 한 자 내뱉듯이 지연에게 항의를 했다.
지연은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지연과 함께 태평하니 앉아 있는 이준의 모습을 지석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가 힘겨웠다. 원망의 마음이 고스란히 지연에게로 쏟아졌다.
“왜 저 개자식이 이 집에 있는 거야?”
“지석아.”
또다시 지석을 야단이라도 치려는 듯 지연의 목소리가 엄해졌다.
배가 부른 여자 앞에서 지석의 등을 내려칠 때처럼 맵다.
“여행 갔다더니 겨우 저 자식을 달고 오려고 간 거였어?”
목 안에서 시큰한 쓴 물이 치밀어 오른다.
“그냥 나하고 둘이 살면 안 돼?”
지석은 고개를 돌려 지연의 눈을 마주 보았다.
제발…….
제발…….
저런 개자식은 잊어버려. 누나를 버렸던 자식이잖아.
지석은 간절히 눈으로 말했다.
그러나 지연은 지석의 그런 간절한 시선을 외면했다.
“이리 와서 앉지 그래?”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준이 소파에 한 팔을 기대고 느긋하게 앉아 잔뜩 이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지석의 오른쪽 주먹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의식하지 않아도 단전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그리 시켰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준의 턱을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이 거세게 일렁거렸지만, 지석은 지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간절히 설득했다.
제발…….
제발…….
“누나.”
지석의 눈이 다시 지연을 직시했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였다. 제발 정신을 차리라고 어깨라도 흔들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지석은 지연을 기다렸다. 그러나 지연은 묵묵부답이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것인지 지연의 입매는 옴팡지게 다물어졌다.
“선택해. 나야, 저 자식이야?”
마치 어리광을 부리듯 지석이 다시 한 번 재촉했다.
폭탄처럼 지석의 말이 대기 중에 나온 순간 이제껏 한껏 나른한 자세로 앉아 있던 이준은 돌연 긴장을 하고 말았다.
지석과 나?
지석과의 비교급은 곤란했다.
죽음이 코앞에 있다고 생각한 순간 지연이 떠올린 것은 지석이었다.
처음 학교로 찾아가 지연에게 대충 속아주라고 말을 했을 때 지석은 고작 고등학생이었다. 이준 앞에서 파르르 주먹을 떨면서도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해 고개를 수그리던 그 순진함은 사라져버리고, 이제 이준 같은 술수를 배워 지연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엉뚱한 소리 그만 하고 손 씻고 밥이나 먹어.”
“누나야말로 말 돌리지 말고 결정해. 누구야?”
울화가 치밀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지석은 집요하게 재촉했다.
이준은 마른침을 몰래 삼켰고 지연은 곤란한 얼굴을 했다.
허공 속에서 지연의 시선이 방황한다. 저울질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하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혈연이었고 하나는 자신의 심장을 모두 바쳐 사랑한 사람이었다.
“지석아…….”
“누구냐고?”
뭐라고 달래려는 지연의 말을 무시한 지석이 비명처럼 외쳤다.
지석의 목소리는 광포하기만 하다.
지연의 망설임을 읽은 지석은 더 힘껏 지연을 몰아붙였다. 치사한 방법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지연을 보호하고 싶었다.
“한지석, 너 정말….”
야단치는 듯한 지연의 어조였지만 지석은 물러설 기색이 없다.
“저 자식을 선택한다면 내가 이 집을 나갈 거야.”
무시무시한 조건을 지석이 내세웠다.
“허, 그거 자해 공갈이냐? 제법인데 그래?”
침묵하던 이준이 한 마디 던지는 순간 남매간의 얽힌 시선이 풀어지고, 동시에 둘 다 이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황이준!”
“당신은 빠져.”
불난 집에 부채질이냐는 듯 원망이 섞인 지연의 시선과 미움과 분노가 타오르는 지석의 시선이 이준에게 몰렸다.
“가서 애 기저귀나 빠시지.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목을 긁는 듯이 지석이 이준을 향해 비아냥을 잇새로 토해냈다. 상대하고 싶지 않은 욕구와 철저히 깔아뭉개주고픈 욕구가 거세게 충돌했다.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메고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로 찾아와 이준의 멱살을 붙잡고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리던 소년은 어디에도 없다.
“요즘 누가 기저귀를 빨아 쓰나?”
느릿하게 대꾸를 한 이준도 만만치 않게 지석을 쳐다본다.
저 가슴에 부러 생채기를 낸 것은 자신이 아니던가? 이렇듯 거친 항의를 받을 것을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더 남아 있음을 이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좀 조용히 해.”
그 긴 시간 동안 어쩜 하나도 변하지 않았나 몰라 하며 지연은 이준을 노려봤다. 지연은 이준의 조금도 변치 않은 이죽거림에 화가 오를 대로 올랐다.
“왜 자꾸 애를 자극하고 그래?”
이준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지연이 흔들리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지석이 우긴다면……, 승산이 있을까?
이준은 굳어진 표정으로 지연을 응시했다. 지석만큼 이준도 지연의 대답이 궁금했다.
지석도 지연을 쳐다보았다. 어서 결론을 내려달라고 긴장을 누르며 재촉했다.
자신을 걸었다. 그러니 지연은 당연히 저 개자식 대신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준은 지연의 입이 달싹거리자 마른침을 삼켰다. 지석은 마음 한 편에 승리감과 불안감을 한꺼번에 느끼며 숨을 삼켰다.
“그게 뭐가 중요해?”
“난 중요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지석의 의지에 지연이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
거실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갈등하는 지연이 지석과 이준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여기서 살 거야.”
지연이 선언했다.
이준이 쓰윽 어깨를 세운다. 마치 동네 아이들끼리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쥔 골목대장처럼 의기양양하고 자신만만하게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반면에 지석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심하게 흔들렸다. 드디어 지연의 우선순위가 이준이 되는 순간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황망한 지석의 표정이 지연의 시선을 잡아챈다.
다시 생각해봐, 다시.
다시 지연을 쳐다보며 눈빛으로 말을 전했다.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듯 잘 생각해보라고 전하는 눈빛은 애절하기만 하다.
“여기서 사람처럼 살 거야. 너도 여기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다시 한 번 지연의 단호한 선언에 지석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물기가 잔뜩 밴 목소리가 힘없이 흘러 나왔다.
나보다 저 개자식을 선택한단 말이지? 목 안으로 말을 삼킨 지석의 시선이 지연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냉정하게 등을 돌려 방금 전 들어왔던 현관문으로 망설임 없이 돌진했다.
“지석아.”
지석이를 붙잡으려 지연이 급하게 쫓아 나갔다. 그러나 현관 앞에서 신나게 팽개쳤던 신발을 신경질적으로 꿰어 신는 지석의 어깨를 잡았을 때, 지석은 냉정하게 지연의 손을 뿌리쳤다.
“저 개자식이랑 그렇게 살고 싶으면 살아. 나중에 저 자식이 또다시 누나를 버릴 때까지 그렇게 계속 살라고.”
쾅!!
물기가 잔뜩 어린 눈으로 원망을 쏟아내며 지석은 지연의 코앞에서 쾅 하고 거세게 현관문을 닫았다.
잔뜩 심각한 집안 분위기와는 반대로 이준은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지연의 고집과 고스란히 닮은 지석의 고집. 지석의 그런 고집을 뚫고 우선순위가 되었다. 어쨌든 기분은 최고였다.
어쩌면 맨 처음 지연에게서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었을 때만큼, 그때만큼 기분이 좋았다. 현관문 앞에서 지친 어깨를 늘어뜨린 지연의 모습에 지끈 가슴이 아팠지만 곧 밤이 찾아오면 거한 서비스로 달래줄 것이다.
“저쪽 방이야.”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여왕처럼 도도하게 선 지연은 집게손가락을 펴서 찬혁의 방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런 지연은 붉은 눈을 하고 있었다. 지석이 영 마음에 걸리는지 금세 눈자위가 빨갛다.
이준의 얼굴에 가득하던 미소가 멈칫했다.
“뭐가?”
“당분간 저 방 사용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지연의 다부진 말.
이건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어째서?”
이준은 잔뜩 억울한 표정이 되었다.
“지석이 돌아올 때까지 각.방.이야.”
이건 정말 날벼락이었다. 얼마 만에 다시 만난 연인이던가?
겨우 우선순위를 차지했다고 생각한 순간 각방이라니…….
이준은 억울했다.
“지연아아~.”
이번엔 어린아이 같은 투정이 잔뜩 묻은 목소리다.
“시끄러워. 이번엔 머리를 빨갛게 염색을 하든 어쨌든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야.”
이번엔 만만치 않다.
오랜 시간 동안 지연은 이준 항생제라도 만들었는지 고집스럽게 자신을 내세운다.
“저녁부터 먹고 얘기하자.”
이준의 말 돌리기 전법이 나왔다. 그러나 되돌아온 것은 어림도 없다는 지연의 단호한 표정이었다.
“점심 못 먹은 건 누구 덕인데? 굶어!”
이번에는 지연이 뿌옇게 흐려진 눈을 하고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았다.
점심상을 준비시켜놓고 마당에 내려선 황 회장을 무시하고, 그대로 지연의 팔을 잡고 나왔던 것이 못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서방님을 굶기다니……. 그것도 일 년 만에 돌아온 가장을 말이다.
조금은 황망한 표정으로 문을 쳐다보던 이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닮은 남매였다.
하는 짓까지 저렇듯 같다니……. 다시 한 번 이준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팽팽하게 몸 안에 차오르던 경계심과 긴장감이 한 번에 와르르 무너졌다.
이제야 집에 돌아왔다.
작은 다툼도 있고, 따뜻한 찌개가 끓고 있는 그런 집. 분노를 터뜨리고 원망을 드러내어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겨운 집으로, 이제 돌아왔다. 너무 먼 길을 돌아왔기에 그 소중함이 더 깊게 새겨진 그곳에 이제 이준이 있다. 배는 고팠지만 마음은 가득 차는 그런 저녁이었다.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이준은 첫날밤에 소박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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