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는 참으로 암울했던 시기였다. 빈곤과 억압으로 모두가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숲]은 대중의 시선을 향하게 했다. 이미 두 개의 앨범으로 음악의 서정적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 준 시인과 촌장은 이번에도 어깨를 두드리며 다가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이 앨범은 잔잔한 빛이 되어주었고,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모두의 마음을 배려하듯 밝기는 그걸로도 충분했다.



조성모의 리메이크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지만, 역시 원곡을 능가할 수는 없었던 타이틀곡 "가시나무"가 선두 자리에 위치한다. 뒤를 잇는 "새벽"과 "새날"은 구슬픈 감정에 사무치게 하며 잔향을 남겼고, 반대로 시적인 가사로 희망을 노래하는 "좋은 나라"와 "푸른 애벌레의 꿈"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로가 전해진다.



시인과 촌장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3집은 사실 함춘호의 부재가 만든 하덕규의 솔로 앨범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본 작이 빛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하덕규의 노랫말에 조동익과 이병우, 최성원 등 동아기획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화려한 세션의 도움이 컸다. 현실의 암담함을 밝아올 이상향으로 눈 돌리게 한 [숲]은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에게는 위로였고, 후대에는 선물이 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