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토요일 밤, TV에선 SNL이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에는 토요일 밤 화려한 쇼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오면, 도시적인 색소폰 사운드와 특유의 그루비한 리듬에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된다. 색소포니스트 김중우를 중심으로 결성된 훵크/소울 밴드 커먼그라운드의 연주는 한 주의 피로를 잊고 우리에게 휴일로 주어진 이 밤의 BGM으로 기능하며,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커먼그라운드가 활동을 시작하기 전, 김중우가 동갑내기 친구 전영진과 함께 결성한 그룹 얼바노는 세련되고 이국적인 그들만의 음악으로 채운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Urbano]를 2002년 발매하며, 일찍이 남다른 음악성을 선보였다. ‘도시의, 도회지의‘라는 뜻을 가진 ‘Urban‘을 인용한 팀명은 사전에도 없는 단어지만 ‘도시적인 느낌의 흑인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라는 뜻으로, 그들 스스로를 아티스트라 칭하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앨범을 발매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시스템이 아닌 홈레코딩 방식을 선택, 사비를 털어 2000장 한정으로 발매한 본 작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매진되어 음악 애호가들의 애를 태울 것을 그들은 예상했을까? 예상을 했든 그렇지 않았든 팀의 탄생부터 존재했던 이들의 자신감은 결국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는 얘기다.



얼바노의 이름을 알리는 첫 곡 "New School Funk"는 리드미컬한 그루브와 유려한 연주가 인상적인 곡으로,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을 함축하며 수록곡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인트로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어디에도 없던 음악을 하겠다는 인트로의 선전포고 뒤로 이어지는 "내 탓이지 뭐"의 신선한 충격은 이들이 이제 막 첫 음반을 낸 신인이라는 것을 의심게한다. 흠잡을 곳 없이 촘촘하게 다져진 훵크/소울 사운드와 무심한 듯 꾸미지 않는 보컬 톤, 현실적인 가사는 ‘도시적인 느낌의 흑인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어떤 말보다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들의 음악은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게 하는 탁월한 그루브와 화려한 연주로 가득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전형적인 발라드 넘버 "사과"는 잠시 쉬어가는 트랙으로 멤버 김중우가 작곡한 곡인데, ‘도시적‘이라는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지니는 현란한 색소폰 연주와 대비되는 이 아름다운 발라드는 그가 가진 음악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음을 짐작게 한다. 또 다른 멤버 전영진 역시 "너 뿐이라고"라는 감미로운 미드템포 발라드를 만들었고 김중우가 만든 "고백"까지 적절히 배치하며 감각적인 그루브와 감미로운 무드 사이의 균형을 영리하게 맞추었다. 20곡의 수록곡 중 김중우가 만든 3곡과 공동 작곡의 1곡을 제외한 16곡의 송라이팅과 전곡의 어레인징은 물론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전영진의 감각이 여기서도 빛난다.



무려 20곡이라는 수록곡에서 15번째에 위치한 타이틀곡 "불면"은 미디엄템포의 끈적끈적한 무드를 가진 알앤비 곡인데, 주목해야 할 것은 보컬에 이펙터를 걸어 오토튠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앨범이 발매된 게 2002년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들이 음악은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도 한층 진보한 아티스트였음이 증명되는 대목이다.



2000장 한정으로 제작한 얼바노의 이 놀라운 데뷔 앨범은 2년 뒤인 2004년, 두 번째 정규 작을 발매하면서 재발매되었다. 단 두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각자의 활동에 전념하게 된 그들이지만, 얼바노란 이름으로 남겨진 두 작품은 가요계에 확실한 족적을 남긴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장르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훵크/알앤비/애시드 재즈/퓨젼 재즈 등을 결합한 독자적 음악도시 ‘Urbano‘로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