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듯, 녹음 파일을 뒤적이니
투박한 통기타 반주에 얹힌 나의 20대가 있었다.
불안정했던 그때의 나를 지우기보다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
흩어져 있던 시절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다시 마주하고 다듬는 시간은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되었다.
1. 오늘도 뭘 그리 기다리는지
내가 공부를 잘했나,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가
그렇다고 집안이 부유한가
가진 거라곤 재능 없이 음악을 하겠다는
무모함뿐
양심은 있었는지 미래에 대한 걱정은 늘 있었다.
그날도 멍한 생각으로 천장만 몇 시간
천장이 지겨워질 즈음 창밖을 몇 분
고민만 늘여도 어지럽고 쓸쓸하기만 할 뿐
달라지는 건 없지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2. 사랑받게 해주오
2015.1.27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온 진돗개 백억이는
그곳에서 몇 달 지내지도 못한 채 이유 모를 아픔으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백억이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져 있던 나에게
설가네 이모는 말했다.
“이 아이가 네 엄마 아픈 것 다 가져갔을 거야.
기도하자, 동원아.”
그 순간 슬픔 뒤에 남은 나의 솔직한 감정은
어쩌면 엄마가 나을 수도 있겠다는
작은 기대였다.
정말 백억이가 엄마의 아픔을 모두 가져간 걸까.
“하늘나라에서는 마음껏 뛰고,
먹고 싶었던 치킨도 실컷 먹으며
사랑하고, 사랑받게 해주세요. 아멘.”
2023.5.15
또 다른 네발 동생 말보가 하늘나라로 갔다.
사람들에게는
“뛰어다니다가 뭘 잘못 먹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사실과 달랐다.
솔직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고, 말보에게는 더 미안했다.
그 아이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내 마음은 늘 먼저 알아봤다.
막내 외삼촌에게
엄마가 위태롭다는 전화를 받은 날에도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안겨
한참을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더 미안했다.
왜 인간은, 아니 나는
이별 앞에서 늘 미안함만 남는지.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형을 용서해줘.
3. 믿었지 난, 사랑이라
해 질 무렵 망원 한강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애피와 백억이, 그리고 너와 나.
누가 들으면 영화라 할지 모를 우리의 첫 만남.
여전히 안줏거리로 괜찮은 이야기.
4. 힘든 거 잘 알아요
언제인지.
라디오에서 나온 어느 DJ의 멘트를 듣고 생각했다.
좋다. 이 곡이 완성되거든
이 멘트를 크레딧에 남겨야지.
“이제는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명치 끝이 저려오는 느낌을 받는다.”
5. 그날 너의 밤은 (Folk Rock Ver.)
2016.12.13
이 곡의 가사는 장례를 치르느라 정신없던 나에게
지금의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가 건네준 편지 내용이다.
“지금은 떠나지만 슬프지 않단다.
어디를 가든 네가 필요로 할 때
엄마는 그 달처럼 언제나 거기 있을 거야.”
대신 들어준 그 메시지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어. 지금도 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
아, 그리고 나도 봤던 것 같아.
그날의 나의 달을.
■ 크레딧
[Track List]
1. 오늘도 뭘 그리 기다리는지
2. 사랑받게 해주오
3. 믿었지 난, 사랑이라
4. 힘든 거 잘 알아요
5. 그날 너의 밤은 (Folk Rock Ver.)
[Credit]
Composed & Lyrics by 강동원
Arranged by 강동원, 공창환, 장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