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민의 음악은 편하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피아노 선율 위에 누워 하염없이 시간을 떠나보내는 느낌이랄까. 여러 세션 활동과 영화음악 참여로 바쁜 나날 속에서도 3집 [보내지 못한 편지]는 고요히 찾아와 대중의 지친 마음을 풀어냈다. 섬세한 연주력은 여전히 말할 것이 없었고, 보다 농후한 감성을 한껏 베어 물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예전에 떠나보낸 그 시간들을 아까워하지 않게 되는 작품.

앨범 동명의 곡 "보내지 못한 편지", 그가 고등학교 때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감성이 드러나는 "회상"과 대중에게 가장 매력적인 곡으로 꼽히고 스스로도 가장 애착이 간다는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등의 서정적인 연주들이 언제든 마음을 파고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연주 음반으로는 이례적인 20만 장 판매 사실은 김광민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연주가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이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친근한, 한국의 정서가 담긴 연주. [보내지 못한 편지]를 펼치는 순간, 오랜 벗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