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 롤러팔루자, 글래스턴베리…. ‘꿈의 무대’로 불리던 영미권 톱 야외 음악 페스티벌에 최근 몇 년간 케이팝 가수들이 잇따라 진출했다. 팝의 정전(正傳)이라 여기던 저들이 우리의 음악에 열광하는 그림.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그런데 개인적 꿈이 하나 더 생겼다. 그 꿈도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캐치더영이 내놓은 신곡 ‘PARANOIA’는 꿈의 불씨를 당기는 트랙이다. 서두부터 호쾌하게 질주하는 더블 베이스 드러밍과 오르간의 16비트 아르페지오…. 지금 내가 한국 케이팝 밴드를 듣는 건지, 아니면 유럽 메탈 밴드를 듣는 건지, 일순간 혼란이 온다.
재생 버튼을 잘못 눌렀나 하고 스크린을 다시 본다. 멜로딕 하드록, 네오클래시컬 메탈, 심포닉 파워 메탈을 연상시키는 전주. 이어서 리드미컬한 베이스기타 슬랩이 자아낸 출렁이는 그루브 위로 왼쪽 스피커에서는 팜 뮤트(palm mute) 기타가, 오른쪽 스피커에선 딥 퍼플풍의 고풍스러운 오르간 연주가 입체적으로 갈마든다. 이 밴드, 멜로디와 훅(hook)을 중시하면서도 연주의 맛을 결코 포기 않는 고집스러운 팀이다. 놀랍게도 후렴구에 다시 한번 더블 베이스 드러밍이 등장…. 불과 1분 30초 만에 ‘아, 맞다. 이 팀이 그 미친 팀이었지!’가 절로 나온다.
지난해 6분 18초짜리 프로그레시브 록 연주곡 ‘The Young Wave’를 냈던 그 캐치더영 말이다. 지난해 연말엔 겁도 없이 세기말 절정 록 발라드 ‘발걸음’(에메랄드 캐슬)을 리메이크하더니 올해 초엔 정규 1집 ‘EVOLVE’로 다채로운 음악 성찬을 차려냈던 그 캐치더영. 지난 6월엔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김창훈의 ‘그대여 왜 떠나가나’를 찰떡같이 재해석해 싱글로 내지 않았던가.
‘PARANOIA ’는 속주 기타, 베이스 슬랩을 즐겨 쓰던 캐치더영이 조금 더 속도를 높인 트랙이다. 독일의 아우토반 질주를 염두에 둔 듯 새로운 서킷을 축조했다고 할까. 쾌주의 사이사이로 짧은 피아노 브레이크를 넣어 기어 변속까지 한다.
최근 스튜디오에서 만난 산이는 “드림시어터의 존 명을 떠올리며 5현 베이스를 꺼냈다”고 했고 기훈은 “에디 밴 헤일런, 리치 코젠을 기타 영웅으로 동경한다”고 말했다. 남현은 “케이팝적 보컬과 밴드 보컬 사이에서 황금 조합을 찾아가고 있다. 원 오크 록과 아도를 좋아하며 뮤지컬 넘버부터 판소리까지 참조하며 내색깔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PARANOIA’에서는 남현과 기훈이 공동 작사에, 멤버 전원이 공동 작곡에 이름을 올렸다. 남현, 산이, 준용, 기훈이 보컬을 돌아가며 맡았고 전원이 백업 보컬에 투입됐다. 앨범 커버는 정모가 직접 그린 이미지를 활용해 완성했다.
캐치더영은 마침 11월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를 도는 유럽 투어에 나선다. 이번 곡에서 역시 프로그래밍도 담당한 산이는 “밴드 음악의 본고장 리스너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곡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PARANOIA’ 제작에 혼신을 다했다”고 했다. 캐치더영으로선 드럼에 트윈페달을 적용한 첫 발표곡이기도 하다.
“갈 거면 확실히 가자, 대놓고 달려가자고 생각했다.” (산이)
‘PARANOIA’는 편집증을 뜻한다. 노랫속 화자는 지긋지긋한 편집증을 깨부수고 희열이 빛나는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길 원한다.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라는 캐치더영의 기치를 유지하며 사운드는 파괴적이되 메시지는 희망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기훈은 “밴 헤일런처럼 에너지를 응축하고 멜로디를 돋을새김하되 각각의 악기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플레이로 빛나는 트랙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멤버들은 “AI 시대가 도래할수록 되레 인간의 연주와 노래의 가치는 더 빛날 것이며 지금의 대중음악은 미래의 클래식이 될 것”이라고 힘차게 입을 모은다.
서두에 언급한 새로운 꿈.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이 그걸 밝힐 때다. 캐치더영과 같은 한국형 케이팝 밴드가 핀란드의 투스카 오픈 에어에, 프랑스의 헬페스트에, 영국의 다운로드 페스티벌에 서는 꿈….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희열의 신세계로 날아오르기를 ‘PARANOIA’의 질주에 눈 감고 귀 기울이며 그려보고있다
RECORDING & EDITING - HONG YONGCHUL, LEE YEWON @ EVERMORE Studios
MIXING - HONG YONGCHUL @ EVERMORE Studios
MASTERING - Randy Merrill @ Sterling Sound,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