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 미니 5집 ‘BREAK EVEN’…관계의 손익분기점에서 건넨 당찬 경고
타이틀곡 ‘체포하겠어’…마성의 호루라기 사운드로 완성된 짜릿한 에너지
듣는 순서에 따라 선명해지는 감정의 변화…유기적으로 이어지는 4개 트랙
그룹 아일릿(ILLIT)이 미니 5집 ‘BREAK EVEN’을 10월 26일 발매했다. 독보적인 음악 색깔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켜온 아일릿은 짜릿한 사운드로 또 한 번 전 세계 리스너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BREAK EVEN’은 손실도 이익도 없는 관계의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을 이야기하는 앨범이다. 이제껏 ‘나’는 마음을 다해 직진해왔지만 ‘너’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할 뿐이다. 아일릿은 이 미지근한 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진심을 건네는 건 멈추겠다고 다짐한다.
매 순간 솔직했던 만큼 단념은 쉽지 않다. 감정과 이성, 자존심과 미련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서운한 마음과 배신감, 분노가 복잡하게 얽힌다. 혼란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 방법은 하나다. 애쓴 만큼 되돌아오지 않는 관계에 더 이상 내 마음과 시간을 쏟지 않는 것. 아일릿은 한층 성숙한 태도로 관계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 습관성 친절은 범죄야, 날 착각하게 만든 널 ‘체포하겠어’
아일릿의 당찬 매력은 타이틀곡 ‘체포하겠어’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너’와의 관계가 쌍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단호하게 유죄를 선고한다. “습관성 친절은 범죄야”라고 경고했건만, ‘나’를 착각하게 만든 증거들은 이미 넘쳐난다. 답답한 사이에 종지부를 찍는 것 역시 오롯이 아일릿의 선택이다.
‘체포하겠어’는 귀에 쏙 꽂히는 훅(HOOK)이 특징인 일렉트로 팝 장르의 곡이다. 곡 전반에 등장하는 호루라기 소리는 강력한 중독성을 유발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날카로운 신스와 톡 쏘는 보컬 이펙트 등 다채로운 청각적 요소는 단단히 화가 난 감정을 재치 있게 그려낸다.
멤버들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 연기가 퍼포먼스의 백미다. 이들은 상대의 애매한 태도에 쌓인 답답함과 불만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호루라기 신호와 달아나는 상대를 추격하는 듯한 동작,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체포를 암시하는 안무 등의 구성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뮤직비디오는 ‘블랙 요원’으로 분한 아일릿 멤버들이 교묘하게 마음만 흔들어놓고 사라진 인물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타깃에 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들은 뛰어난 위장술과 민첩성, 예리한 감각 등 각자의 특별한 재주를 앞세워 사건을 파헤친다. 예측 불허의 상황 속에서도 진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아일릿의 모습은 어딘가 엉뚱하고 엉성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 아일릿의 감정 서사 따라가기…전작과의 연결고리 찾는 재미
각 트랙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배치돼 순서대로 감상할 때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아일릿은 친구들의 따끔한 한마디를 통해 혼자만의 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Super in Love’), 걷잡을 수 없는 짜증을 쏟아낸다(‘More’). 감정의 절정에 다다른 이들은 마침내 자신을 착각하게 했던 상대와의 관계를 끊어내기로 결단한다(‘체포하겠어’). 이후 예고 없이 나타난 새로운 상대에게 단숨에 빠져들며, 실패한 지난 관계마저 완벽한 결말을 위한 과정으로 승화시킨다(‘Pop’).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록곡 가사 곳곳에 이전 앨범에서 다뤘던 감정과 에피소드가 이스터에그(Easter Egg)처럼 숨겨져 있어, 마치 드라마 속 복선을 찾아내는 듯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지막 트랙 ‘Pop’에는 앞서 아일릿이 ‘Lucky Girl Syndrome’에서 노래한, 모든 순간을 행운으로 만드는 긍정적인 태도가 고스란히 담겼다. 방시혁 프로듀서(“hitman” bang)가 전곡 프로듀싱에 참여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의 깊이와 개연성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