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규어 로스(Sigur Ros)는 ‘승리의 장미’라는 뜻이다. 밴드가 결성된 날 태어났던 리더 욘시의 어린 여동생 이름을 따온 것이었다. 그때로부터 지금은 13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시규어 로스는 새 앨범이 아니라 생애 처음의 음악 ‘필름’을 만들었다. 아니, 새 앨범도 실은 있다. 그러나 이번엔 그 비주얼의 동반작으로서이다. 음악 하는 뮤지션은 본디 음악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맞는 말이건만, 시규어 로스의 경우에는 그것이 좀 더 스케일이 커진 것이다. 보통의 소위 록 필름이라는 것에서 보일 수 있는 모든 클리셰를 피하고 싶었던 그들은 무엇보다도 이번 ‘영화’를 자신들의 귀향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그것은 곧 아이슬랜드의 광활한 자연이 밴드 못지않은 주연 배우로 등장하리라는 예감을 그대로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작년 여름 2주 동안 그들은 고향 아이슬랜드 곳곳을 돌면서 무료 공연을 펼쳤다.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자신들의 경력상으로나 아이슬랜드 역사상으로나 최다 관중을 동원한 기록을 남긴 귀향 공연을 포함하여 비주류 예술가들의 집결지, 국립공원, 작은 집회 공간,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텅 빈 동네,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는 완전한 처녀지 자연, 그 고원의 한 중간에서도 그들은 멈춰서 연주를 펼쳤고, 거기에 관객은 있거나 혹은 없었다. 그리고 그 관객들은 밴드의 팬이어도 혹은 아니어도 좋았다. 그들은 이 영화가 록 필름이기 이전에 하나의 기록이기를 바랬고, 그래서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이다. 이 필름의 제목은 ‘Heima’, 아이슬랜드어로 ‘집에서’ 혹은 ‘고향’이라는 뜻이다. 음악영화이자 또 하나의 음악인 이 필름은 현재 각국의 시사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가고 있으며, 국내에도 해외 발매와 똑같이 DVD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