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저녁엔 쉘부르와 이브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나머지 날엔 가정교사로 보낼 때 만난 학생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다면,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된 가수 유재하와 그의 형인 건하와의 만남이다. 재하는 항상 서글서글한 모습으로 학교 공부보다는 음악에 대한 질문을 하며 기타 연주를 가르쳐달라 졸랐던
학생이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재하가 가수로서 첫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내기 전에 내가 근무하던 은행으로 그의 형 건하와 같이 찾아와 앨범 감수를 부탁하고 음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몇 개월 뒤, 어느 늦은 가을날 빨갛게 물든 나뭇잎 지듯이 그렇게 내 곁을 떠나 버렸다.
그 후 이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재하가족으로 부터 유품으로 남겨진 재하의 기타를 전달받았다. 집안 의견수렴 결과 재하의 음악 스승인 내게 기증하는 것이 재하가 제일 좋아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의견과 함께 미국에서 구매 당시 웬만한 집 한 채 값이었던 고색창연한 재하의 기타는 그렇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엄청난 마음의 빚이었다. 재하를 음악의 길로 인도했기에 결과적으로 요절케 되었다는 재하 부친의 섭섭함에 몸 둘 바 몰랐던 운명의 짐과 마음의 빚, 언젠가는 이 기타 소리를 많은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할 마음의 빚
하지만 가족들 돌보고 생활 꾸려가기에 급급한 현실 때문에 마음의 빚은 자꾸 커져만 갔다. 그리고 또 세월은 지나 삼십 년을 몸담았던 은행 지점장으로 정년퇴직하게 되었다. 그동안 해마다 참관만 해왔던 벌써 22회를 맞은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앉아 있다가 불현듯 나의 가슴에 잠들어있던 그 무엇이 재하의 기타 소리를 울리게 해달라며 다그치고 있었다. 그 후로 재하의 기타소리가 배경에 깔린 곡을 여러곡 작곡하게 되었고 이 곡 또한 그 중에 한곡 이었다. 지금은 내곁을 떠나고 없는 사람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그립고, 나를 외롭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들어주기 바라며, 그리고 저 세상에서 재하가 이 노래를 듣고 씩~하고 웃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