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과 국가라는 지역적 특수성들은, 20세기 후반 월드 뮤직이라는 이름의 결과물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열풍은 미국에 이어 아시아의 대한민국에 까지 전이됐고,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1위에 쿠바를 올려놓는 기현상(!)까지 낳았다.
그런가 하면,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음악 장르의 분화 현상은 블루스와 재즈를 거쳐 스탠더드 팝과 록 음악, 디스코와 뉴웨이브를 거쳐 테크노 사운드로, 현시점까지 가장 모던한 형태를 찾아 진화 중이다. 그리고 음악의 이런 유행과 장르의 분화는 그 형태를 바꿔가며 앞으로도 계속될 변증법적 유물론이다.
그러나 1950년 로커빌리의 시작 이후, 세기가 바뀌어도 굳건히 자기 길을 가는 전통이 있다. 바로 록 음악이다. 시간의 흐름이 가져온 몇 가지 외피의 변화 속에서도, 야성 그대로의 에너지와 젊음 날의 이유 없는 우울을 내용물로 담은 채, 늘 똑같은 대상들에게 열렬한 추앙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똑같은 나이 또래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10대와 20대라는 한 때의 음악으로 국한 된 장르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세대를 바꾸어가면서도 늘 신선하고 새로운 소비층을 조달하는 전통을 지닌 장르이기도 하다.
록 음악에서 소외된 나이든(!) 음악 팬들이, 월드 뮤직이라는 신종 유행에 눈을 돌리고 장르의 분화를 통해 음악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이때에도 젊은이들은 오직 록 음악에 매달려 있다. 그것은 청춘의 한 때를 놓치면 결코 들을 수 없는 음악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여기 스웨덴에서 도착한 두 명의 청년이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록 음악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자.
The Wallstones라는 명칭을 단 북유럽의 록 밴드는 Johan Becker와 Karl Martindahl로 구성되어 있다. TV의 Star Searching 프로그램을 통해 첫 대면을 이룬 두 청년은 서로가 서로에게 꼭 맞는 밴드 메이트임을 간파하고 팀을 결성한다. 데뷔 음반 [Pleasure And Pain]을 통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선 이미 스타 대접을 받는다는 이들의 음악은 도입부부터 신선하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서글서글한 모양새가 영건들의 에너지를 듬뿍 담고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신선함엔 하나의 아이러니가 있다. 복고적인 연주 방식과 멜로디 진행을 따라가 보면 익숙한 예전의 청춘들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Rolling Stones와 Beatles라는 이름이다. 바이오그래피를 통해 소개된 ‘어린 시절부터 비틀즈의 음악들을 들어왔고...’라는 상투적인 문장이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약간의 음악적 경험을 가진 팬들이라면 Johan Becker와 Karl Martindahl의 보컬은 Paul McCartney를 닮아 있고, 기타의 리프들은 Keith Richard의 발명품들과 흡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의 수록 곡들에 바짝 다가서면,
첫 곡 과 여섯 번째 곡 는 전형적인 Rolling Stones의 리듬 패턴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브릿팝/모던 록의 시대정서에 부합하듯 각진 모서리를 정갈하게 다듬어 놓은 솜씨가 돋보이긴 하지만, 원형질에서 맡게 되는 Rolling Stones의 체취는 숨겨지지 않는다.
두 번째 곡 은 미드 템포로 재구성된 Beatles의 으로 표현해도 수긍 가능한 모양새로 꾸며져 있으며, 일곱 번째 곡 에선 와 의 혼합 버전을 듣는 착각마저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단순 분석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요소들 또한 The Wallstones의 음악에 담겨 있다. 대중적 팝 감각이 인상적인 세 번째 곡 에선 Robbie Williams 취향의 코드 진행을 따라 어쿠스틱 피아노와 현악기를 사용한 다양한 편곡, 플라맹고 풍의 짧은 간주가 맛깔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네 번째 곡 에 녹아 있는 유럽 캬바레 사운드의 차용은 The Wallstones가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에 공부가 잘 되어 있음을 들려준다.
그렇지만 이들의 음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다섯 번째 곡 과 열한 번째와 열두 번째로 이어지는 곡 , 에 숨어 있다. 복잡한 구성이나 현란한 기교가 아닌, 간단한 형식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담담한 독백을 진행하듯 펼쳐지는 단출함의 미학은 록 음악의 진정성에 다름 아니다. 록은 단순하지만 지루함과는 다른 차원의 ‘에너지’, 그리고 그것을 정직하게 털어 놓는 ‘우직한 젊음’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름다운 멜로디가 그 배경에서 든든히 뒤를 바치고 있음 또한 빼놓지 않겠다.
몇 곡의 설명으로 국한되긴 했지만, 51분을 넘기는 앨범의 전체 수록 곡들을 듣고 느끼게 되는 것은 다양함과 노련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데뷔 앨범을 발표한 신출내기 아티스트들의 것으론 보기 힘든 종류의 것들 말이다.
앨범의 수록 곡들 대부분을 공동 작곡으로 완성한 Johan Becker와 Karl Martindahl에게서 Paul McC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