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갠후의 앨범은 마치 외국의 테크니션 기타리스트의 솔로 앨범을 연상케 하는 범상치 않은 'Intro'로 시작된다. 이어서 [킬러들의 수다]를 빛내준 ‘다시 사는 거야’가 흘러나온다. 이 곡은 유병렬의 세련되면서도 절도있는 리프가 인상적인 록 넘버로 본 조비 스타일의 팝 메탈을 연상케 한다. ‘꿈이었으면’은 절제미가 돋보이는 미디움 템포의 모던 록이고, ‘내버려둬’는 기타와 키보드가 조화를 이루는 스트레이트한 록 넘버이며, ‘섬’은 곡 구성과 편곡이 뛰어난 프로그레시브 메탈 풍의 곡이다. ‘하루동안’은 ‘소망’과 함께 이번 앨범의 대표적인 발라드이다. ‘소망’이 전형적인 한국적 록 발라드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반면, ‘하루동안’은 국악적 요소가 포함된 대곡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천국에서’는 천사같은 아이의 웃음소리로 시작되는 유병렬의 화려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기타 연주곡이다. 그 외 ‘있는 그대로가 좋다’와 ‘홀로 서기’, ‘희망은 있나’ 등 그들이 록 밴드로서 본분을 다하는 곡들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말미에는 인트로와는 전혀 다른 감성의 장중한 분위기의 아웃트로 ‘The End... and'로 끝맺는다. [비갠후]는 오랜만에 만나는 실력파 밴드의 썩 괜찮은 앨범이다. 기타가 너무 전면에 배치되어 있어 보컬이 눌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게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대중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그다지 흠잡을 데 없는 앨범이다. 밴드는 많지만 쓸만한 밴드가 적은 요즘 시대에 본격 록 밴드 비갠후의 출현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그들은 대중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음악을 지향하고 있다. 그것은 곧 비갠 후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록 음악이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해온 뮤지션들이 순수함을 잃지 않고 음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들의 앞으로 음악적 행보도 이름이 뜻하는 바처럼 ‘비가 개인 후’이길 기대해 본다.oimusic 2002년 01월 이기원